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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보

SBS 애니갤러리 800회 리뷰 감성을 깨우는 세 개의 이야기,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by 해피냥냥이 2025. 5. 27.

SBS 애니갤러리 800회 리뷰 감성을 깨우는 세 개의 이야기,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SBS 애니갤러리 800회, 독립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확인하다! ‘너처럼’, ‘나의 브라보 리마’, ‘언제까지나’ 세 편의 감성 넘치는 작품들과 감독의 진심 어린 제작노트를 통해 한국 애니의 미래를 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월요일 오전, 채널을 돌리다 멈춘 곳은 SBS였다. 무려 800회를 맞은 ‘SBS 애니갤러리’,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일한 TV 프로그램. 사실 처음엔 단지 "애니메이션이 나오네" 정도의 가벼운 호기심이었지만, 방송을 마치고 나서야 이 프로그램이 품고 있는 깊은 울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날 방송에 소개된 작품은 세 편. 이예원, 황수연, 김민정의 ‘너처럼’, 한슬기의 ‘나의 브라보 리마’, 그리고 강한비 감독의 ‘언제까지나’. 세 작품은 각각의 주제를 달리하면서도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를 진하게 전했다. 단순히 시청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공감하는’ 콘텐츠였다.

 

 

 

첫 작품 ‘너처럼’은 학업에 좌절한 고등학생 재희가 공원에서 다른 좌절자들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면은 간결했고 대사는 많지 않았지만, 그 묘한 정적 속 감정의 교류가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그 나이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도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을 망치고 교실 문을 나서던 그날의 무게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은 ‘나의 브라보 리마’. 한슬기 감독이 연출한 이 애니메이션은 비행기 조종사 마야가 추락 위기 속에서도 아버지의 응원을 기억하며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무엇보다 한슬기 감독의 제작노트 코너가 감동을 배가시켰다. 감독은 마야라는 캐릭터를 통해 "가족의 기억은 때론 현실을 구해낸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나는 힘들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해주신 마지막 한마디가 떠오르곤 한다. 이 작품은 그런 '기억의 힘'을 너무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세 번째 작품은 강한비 감독의 ‘언제까지나’였다. 나비를 따라간 노인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고, 슬퍼하던 자식은 그들과 재회한다는 이야기. 삶과 죽음, 이별과 만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몽환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짧은 시간 안에 그런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가족과의 작별을 겪은 터라, 이 작품은 감정을 자극하며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은 단순히 세 편의 애니메이션만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애니 톡톡TalkTalk’ 코너에서는 이명미 감독의 <우주에 팝콘이 터지던 날>이 소개됐다. 외계인이 주문한 옥수수를 싣고 우주로 가는 이야기라니, 상상력의 범위를 한계 없이 넓혀준 작품이었다. 진행자인 한창완 교수와 이혜승 아나운서의 해설도 탁월했다. 친절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정보 전달이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했다.

 

 

 

사실 한국에서 독립 애니메이션은 상업성과 대중성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SBS 애니갤러리는 그런 애니메이션을 발굴하고 꾸준히 소개하는 ‘숨은 보석 상자’ 같은 존재다. 800회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수많은 무명의 감독들이 ‘한 컷, 한 컷’ 만들어낸 진심이 방송을 통해 세상에 닿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창작자와 시청자 간의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장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매회 나의 감정 일부를 발견하곤 한다. 이번 회차처럼, 내 마음속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대작 영화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요즘 뭐 볼 만한 거 없냐?”는 질문을 들으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SBS 애니갤러리, 한 번 꼭 봐봐. 그냥 애니메이션이 아니야.”

 

다음 회차에서도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다시 나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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