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정보

다큐 인사이트 243회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마지막 웃음 오사카 자이니치 여성들의 백세인생

by richman9000 2025. 6. 19.
반응형

다큐 인사이트 243회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마지막 웃음 오사카 자이니치 여성들의 백세인생

 

 

 

 

KBS1 '다큐 인사이트' 243회는 재일동포 1세 여성들의 삶과 죽음을 담은 감동 다큐멘터리다. ‘사랑방’에서 조선인으로 삶을 마감하고자 하는 그녀들의 용기와, 세대를 넘나드는 따뜻한 교감을 조명한다.

 

 

 

1. 끝이 보이기에 더 찬란한 생의 기록

 

‘오사카 백세인생’이라는 방송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백세를 넘긴 생이 어쩌면 부러움일 수도 있지만, 방송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그 삶이 얼마나 외롭고 치열했는지를요.

 

방송에 등장한 자이니치 1세 여성들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조국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존재였습니다. 1940~50년대, 부모 손을 잡고 ‘동양의 맨체스터’라 불리던 오사카로 이주한 그녀들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언어도 불편하며, 노동만으로 삶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저희 할머니도 비슷한 시절을 살아온 분입니다. "그때는 먹고 사는 게 전쟁이었어"라던 말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더욱 실감났습니다. 특히 ‘사랑방’이라는 공간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다큐 그 이상의 울림이었습니다.

 

 

 

 

 

2. ‘우리서당’, 한글을 처음 배운 칠순의 손

 

1994년, 오사카에 설립된 ‘우리서당’. 자이니치 1세 여성들이 한글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곳입니다. 나이 일흔이 넘은 여성들이 "가", "나", "다"를 써내려가며 환히 웃는 장면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에게 핸드폰 문자 보내는 법을 가르쳐 드리던 순간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왜 ‘글’을 배우고 싶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록되지 못한 인생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우리서당’은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그들의 생을 증명하는 소중한 무대였습니다.

 

 

 

 

3. ‘사랑방’은 마지막을 위한 시작

 

‘사랑방’이라는 공간이 생긴 건 2001년. 글을 배운 자이니치 여성들이, ‘조선인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곳에선 2세, 3세들이 찾아와 함께 시간을 나누고, 마지막을 함께 준비합니다.

 

방송에서 이호경 PD는 “그녀들의 유쾌함과 생명력을 전할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큐는 그들의 고단했던 삶을 조용히 비추지만, 동시에 아주 명확하게 외칩니다. “그녀들은 지워지지 않았다”고.

 

 

 

 

4. 역사는 정치가 아니라 사람의 기억이다

 

한일 역사, 민족 문제, 차별과 분단. 이 모든 단어는 정치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오사카 자이니치 여성들은 우리 민족의 가장 가려진 페이지에서 살았고, 이제 그 페이지는 서서히 닫히고 있습니다.

 

그녀들이 세상을 떠난 뒤 누가 이 역사를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다큐 인사이트>는 더욱 소중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기자도, 활동가도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고, 남기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느낍니다.

 

 

 

 

 

5. 나의 가족사, 그 속에서 만난 그녀들

 

제 외할머니는 함경도 출신이었습니다. 피난길에 부산으로 내려와,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탈 뻔했던 적도 있었다고 하셨어요. 다큐 속 1세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던 인생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나중에 쓰려고’ 녹음해 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랑방’에서 한글을 쓰던 여성들의 손동작이 오버랩됐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잊혀진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 감동이.

 

 

 

 

 

#오사카백세인생

#다큐인사이트243회

#자이니치여성

#사랑방공간

#우리서당이야기

#재일동포다큐

#KBS다큐인사이트

#민족차별역사

#1세여성기록

#오사카재일조선인

 

반응형

댓글